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내가 사는 세상의 구할을 차지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내 기억 속에 나를 낳아준 어머니도 사실 갓났을 때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조차 없다. 기억 나는 건 항상 내 곁에는 굳은 표정의 강인한 인상의 아버지가 있었고 아버지는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지만 누구나 아버지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아버지가 눈높이를 낮춰주는 사람은 오직 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주 가끔 내 앞에서 웃어줬다. 나는 그에게 사람을 읽는 법을 배웠다. 저 사람이 웃는게 억지로 웃는건지 고란함을 감추기 위해 웃는 것인지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진심으로 웃어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대령이라 불렀고 내가 머무는 곳은 건장한 남자들 어린 소년도 있었고 나이가 제법 있는 중년들도 있었다. 이 곳은 언제나 칙칙했고 추웠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제복을 입었고, 적어도 밖에 서는, 다른 종류의 옷들도 있었으나 모두 같은 옷을 입었다. 그들은 행동은 항상 직선적이고 망설임이 없었다. 가끔 보게되는 외부인들보다 확실히 딱딱하게 굴었다. 그 들의 받는 훈련을 보면 그 딱 떨어지는 동작에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보는 이 중에 끽 소리 내는 사람들 조차 없다. 그들의 하루는 대부분이 훈련이었고 고된 하루는 내가 읽는 기도를 통해 끝이 났다. 아버지 주위 사람들은 내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당연히 아버지가 나를 군인으로 훈련시킬 줄 알았다. 그러기에 아버지는 연약한 아들을 너무 사랑했다. 결국 어느 날 이 곳에 머물던 모든 수녀들은 집으로 보내졌고 그 자리는 자연스럽게 나에게 넘겨졌다.
슬프게도 나는 신을 믿지 못했다. 만약 나에게 전지전능한 존재가 있다면 그건 아버지 였다. 그가 내가 사는 세상을 만들고 나를 그 곳에 이끌었다. 그런데 그가 죽었다. 주아버지의 가르침에 의하면 신은 죽지 않아야 한다. 나에게 울 수 있는 힘이라도 있었다면. 나는 눈발이 휘날리는 밖에서 아버지가 처음 쥐어주신 묵주를 잡고 그가 실린 관을 이끌었다. 평소와 다름 없는 이 침묵이 오늘 따라 잔인했다.
한번 떠난적 있는 수녀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내가 하던 크고 작은 일들을 대부분 맡았다. 새로 임명된 아버지의 최측근이었던 대령은 아버지처럼 나를 훈련 받는 이들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데려가줬다. 대신 나는 그의 뒤에서 그림자처럼 서있기만 했다. 그 누구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고 아버지는 이럴 때 무얼할지 가르쳐 준 적이 없다. 나는 이제 완벽히 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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