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철 없던 고등학생이었다.

그 때까지는 남과 다르지 않게 평범하게 잘 살고 있었다. 적당히 학교에서 시키는 만큼 일하고 유명하지는 않아도 적은 수의 친구들과 잘 지내고. 친구들은 내 아직까지 조금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놀릴때 아니면 조금 이라도 내 기분을 건드리지도 않았다.


어느 날, 친구 녀석이 나는 잘 알지 못하는 누구의 집에서 술판을 벌이자는 얘기를 꺼냈다.

내가 싫어하는 것중에 하나가 친구가 다리에서 뛰어내린다고 같이 뛰어내리는 것이지만, 굳이 친구 때문이 아니라도 마음 속에 숨어있던 궁금증이 너무 컸다.


생각보다 재밌었다. 사람들 여럿이 긴장이 풀리고 다 같이 바보들 마냥 헤실거리는 것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이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은 얌전하게 생긴 선배 누나가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오길래 살짝 피해주었다. 그런데 자리가 목표가 아니었는지 계속 나에게 무어라 말을 거는 데 단어 몇개는 들리지만 내가 문장을 완성해서 말할 정신은 없어, 고개만 웃으면서 계속 가로저었다. 그 누나는 상관없이 역시 웃으면서 왜라고 물어왔고 나는 끝에는 옆에 앉은 친구 녀석 등뒤로 숨어버렸고 거기서 일이 끝날 줄 알았다.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은 쉽다. 그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는데 애를 먹을 뿐이지. 다음날 늦게 일어나서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생전 처음보는 숫자의 사람들에게서 각종 내가 알고 있는 인터넷으로 메세지를 받을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연락이 와있었다. 그리고 한두개를 열어보고 소리도 못지르고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동영상 하나가 있었다. 어제 그곳에서 누군가 문 틈으로 찍은 듯한 조용히 낮게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마구 흔들리던 화면이 고정되더니 나와 그 선배누나가 입을 맞추고 있었다. 배경으로 들리는 온갖 더러운 대화들, 그리고 누군가가 화면에 나타나 그 누나를 내게서 떼어내고 내 멱살을 끌고 집 밖으로 내쫒았다. 하필 그게 내가 그 곳에서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었던 친구 녀석이었고,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그 누나가 친누나라 하더라.


내가 항상 내 편일거라 자신했던 친구 녀석은 자신의 핏줄을 위해 나를 깎아내릴 판을 깔았다. 그리고 가십에 미친 것들이 그 판에서 나를 온갖 방법으로 물어뜯었다. 나는 그런 모두가 나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내 자신을 위해 변호할 말을 할 용기조차 없었다. 아니다, 친구들한테 기억이 안난다고 솔직하게 항변을 했지만, 내가 듣기에도 그 것은 누구나 만들어내기 가장 쉬운 거짓말 같았다.


그렇게 일주일을 살다보니 사람이 무뎌지기도 무뎌지지만 무감각해지면서 모든 의욕을 상실하더라.


나도 모르게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몸을 기울여 뚝 떨어지고 싶고, 목욕을 할때면 하는 생각이 이 물이 얼마나 따뜻해야 내 피가 안 멈추고 계속 나올까 그런 것들 밖에 없었다. 그를 만난 날도 나도 모르게 상가 옥상으로 올라가 멍하니 난간에 걸터앉아 있었다. 달랑거리는 발끝을 쳐다보며 내가 얼마나 오래 떨어질까 따위의 상념에 사로잡혀 있을때, 내 두발 사이로 어떤 머리통이 나타났다. 눈부신 금발, 자기가 무슨 아이돌인가 생각도 잠시 그 머리가 획 돌아가 나를 곧바로 올려다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지만, 그 아이 표정이 괜찮다고, 여러가지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아무말도 안하고 그저 멍하니 쳐다보았다.


-"여기서 떨어져도 안 죽어."


"응? 무슨 말이야, 내가 언제."


-"뭐, 엄청 다치기는 하겠는데 그럼 네가 아니라 네 부모님 고생이지 너는 편하게 병원에 누워있을 동안."


"..."


-"기다려봐, 내가 곧 올라갈께."


머리카락처럼 그 아이의 착상도 특이했다. 짙푸른 색의 상의와 빨갛고 하얀 스카프에 우리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정장바지, 누구나 봐도 우와 잘 차려입었네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절대는 입지는 않을 그런 모습이다.

그 아이가 나를 측은하게 쳐다보았다.


-"이리와" 옥상 바닥에 철푸덕 앉은 그 아이가 나를 손짓하며 불렀다.


-"여기다 머리베고 누워." 자신의 무릎을 툭툭 친다.


분명 다 큰 남자애가 다른 애 무릎을 베고 눕는 다는게 여간 낯간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 때 나는 많이 지쳤고 기댈 곳이 필요했나보다.

자연스레 위쪽을 보며 눕게 되었고, 유난히 맑은 하늘이 보였다.


최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있던가.


갑자기 눈 앞이 뿌얘지더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아이가 놀라서 물었다.


-"어! 뭐야, 울어?"


"아니야, 햇빛이.. 햇빛이 너무 밝아서, 흐아앙."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울어버렸다.

그 아이가 괜찮다고 괜찮다고 어깨를 두드리는 손이 너무 다정해서, 오늘 처음 만났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던 일을 모두 털어놓았다.

하도 끅끅거린 탓에 그 애는 나를 일으켜 앉히고는 두 손을 가볍게 잡아주었다.

내가 어느 정도 진정하고, 숨을 천천히 들이마쉬자, 그 아이가 입을 뗐다.


-"이렇게 착한 앤데, 그걸 믿는 병신들이 참, 자꾸 그 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말에 휘둘리지마.

어짜피 걔네는 너가 뭘해도 뭐라 그럴 사람들이니까, 어떻게든 다른 사람 물어뜯을 려고."


그 아이가 아직 빰에 흐르던 눈물을 닦아주었다.


-"내비둬. 어짜피 그렇게 살다가 죽을 사람들에게 무릎 꿇을 거야? 피곤하게 마음쓰지 말고, 좀 쉬어가. 흘려버리라고."


내가 미약하게 나마 웃어보이자, 그 아이는 두배로 웃어주었다.


-" 다 잘 될거야. 세상은 살만해. 계속 망가질 바에야 차라리 마음을 비워 이래도 저래도 결국 살아지니까."


오랜만에 따뜻해진 마음을 느끼기도 잠시, 갑자기 스치듯 지나가는 기억에 뒷목에 소름이 시큰하게 돋았다.

따뜻하게 잡아오던 손을 뿌리치고 지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건물 계단을 뛰어내려왔다.

그 곳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다.

지수는 미친듯이 떨리는 몸을 이끌고 어느 작은 납골함 안에 멈춰섰다.

다리에 저절로 힘이 풀리고 주저앉아 아까 다 울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것이 무색하게 계속 울었다.

지수 앞에 작은 사진 속 정한이 옥상에서의 아이와 똑 같은 미소로 웃고있었다.

'Idol >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규슈, 겸슈] Pretty Little Lier  (2) 2017.07.02
[겸슈] 평범해 지고 싶은 우리의 연애  (0) 2017.07.01
[윤홍] 원한다면  (0) 2016.12.31
[훈슈] Born This Way  (0) 2016.12.30
[윤홍] 결혼한 남자  (0) 2016.12.26

길 가던 중 갑자기 석민이 지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 것이었다.

워낙 예상하기 힘든 녀석이라 이번에는 또 뭐할려나 불안한 지수가 입모양으로 주의를 줄려는 찰나 석민이 지수의 신발을 가리켰다.


"신발끈 풀렸어요."


그리고는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친다.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그래도 싫다고 할 사람이 어딨겠는가.

흙따위 등을 대충 털고 힘을 빼고 발을 올려놓았다.


"칠칠 맞기는."


지수는 자신보다 어린 녀석이 자신을 애취급하는게 귀여워, 어쩌면 이 아이라 용서가 되서 내비두었다.

단단한 허벅지와 성숙한 손마디에 새삼 또 어리게 만 보이지가 않는다.


그런데 신발끈 묶는 데 이렇게나 오래 걸렸던가?


-"석민아?"


"하하, 형, 나 어떻게 묶는지 기억이 안난다."


석민이 지수를 올려다보며 최대한 환하게 웃는다.

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니 아무 말도 나오지가 않아서 그저 웃으면서 저 웃는 얼구를 조용히 옆으로 밀어냈다.

'Idol > 조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쿱슈] 졸려도 좋아  (0) 2017.07.02
[겸슈] 잘 있어요.  (0) 2017.06.28
[쿱슈] 우산  (0) 2017.06.26
[솔홍] 미친놈들  (0) 2017.02.20
[훈슈] 난 걔가 좋더라  (0) 2016.12.30

똑똑


"지수님? 안에 계셔요?"


똑똑


 슬슬 귀찮아지려고 한다. 전원우라는 인간에게 아버지의 도장을 넘겨준 것에 대해 아주 조금은 조금이나마 자신이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시간이 늘어날 까 하는 작은 바람이 있었지만, 오히려 더 바빠진 것 같다. 지수의 아버지의 부재로 잠시나마 혼란스러웠던 이 곳은 전원우로 인해 조금씩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물론,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 역시 피곤해졌지만.


 지수는 사실상 아무것도 해야할 것이 없었으나, 전원우는 지수를 자신이 가는 곳 마다 데려갔다. 데려가고 물어보지도 않은 것들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꼭 지수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 처럼. 그래서인지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아직도 자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 이른 아침에 깨는 것은 언제나 별로였다.



-"들어와요."


지수가 몇번 큼큼 목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고 그가 미미하게 웃는 얼굴로 들어왔다. 형식적인 웃음. 그가 혼자 있을 때는 항상 계산적인 차가운 표정이다. 그는 아직도 이불에 포옥 파묻혀있는 지수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작게 쉬었다.


"일어나셔야죠."


-"그럴꺼에요."


바로 맞받아치는 지수에 원우의 얼굴에 짜증이 확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코 끝에 확 와닿는 냄새에 눈까지 찌푸렸다.


"지수님, 설마 담배..."


설마 하는 마음에 차마 말을 잊지는 못하고 그저 지긋이 지수를 내려다보았다. 지수는 무어랑 하려는 듯 몇번 입을 뻐끔거리다,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항의하듯 이불을 개키고 몸을 일으켜 앉았다.


-"아니에요. 저 그런거 안 펴요. 그거 뭐냐, 기도해주는 거 하기전에 했던 서약이랑 그런 거 때문에 안 펴요."


"그러면 이건 무슨."


원우는 의심을 치우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지수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조심스럽게 긴 소매로 덮인 지수의 손목을 잡아 가까이 다가갔다. 오히려 옅어진 향에 이상하게 생각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지수의 눈은 갈 곳을 잃었다. 원우는 진하게 담배 향이 나는 지수의 목덜미로 가까이 다가갔다. 지수는 원우의 작게 떨리는 미간까지 느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오는 긴장감에 자신도 모르게 침대 시트를 말아 쥐었다. 원우는 그 때 지수의 목까지 덮은 얇은 천 사이로 이제는 자주색으로 변한 잇자국을 보고 말았다.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둘은 눈은 마주했지만 감히 누가 먼저 말을 끄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모든 상황을 파악했다. 먼저 정적을 깬 것은 원우였다.


"누구에요."


-"...말해야되요?"


원우는 뒤돌아 작게 중얼거렸다. "뭐? 서약 때문에 담배는 안 펴? 하, 진짜." 그리고는 손으로 머리를 싸맸다.


-"좀만 기다려요. 나 준비하고 같이 내려가서 얘기해요."


원우는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짧게 목례를 하고 방을 나섰다.





"뭡니까."


원우가 윤정한의 방에 들어섰을 때 정한은 예기치 못한 상급 장교의 등장에 조금 놀라는 듯 보였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옷매무새를 다듬기는 커녕 벌어진 셔츠의 단추를 채울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하였다. 두 사람 사이에 살벌한 냉기가 감돌았다. 그 분위기를 방 바로 앞에 숨어있던 지수도 느꼈는지 달달 떨었다.


"위법되는 물품을 소지하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고 확인하려 왔습니다."


정한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자신의 책상 서랍을 가리켰다.


"저기 있는게 전붑니다."


원우가 책상 서랍을 열었을 때 아까의 긴장이 허무할 정도로 바로 윗 쪽에 남부 지역에서는 꽤나 흔하게 거래되는 독하기로 유명한 시가 상자가 바로 위쪽에 있었다. 그 것을 꺼내들고는 정한에게 보여주었다.


"이거는 저희가 지급하는게 아닌데 어째서?"


"제가 가져왔으니까요. 나 이쪽 사람 아니거든."


"저희 교단에서는 흡연은 엄격히 금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지역 출신도 아니고, 당신네 종교 믿지도 않아요."


원우는 지수 이야기를 하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면 일단 선도회에 당신을 넘기겠습니다. 그 곳에서 결정하겠지요."


"지수랑은 좀 친해졌어요?"


계속 머릿속을 맴돌던 이름이 정한의 입에서 나오자 조금 놀라는 원우였다.


"실례하지만 뭐라고,.."


"홍지수랑은 좀더 친해졌냐구요. 요즘 많이 끼고 다니더만, 워낙에 내성적이잖아요."


"많이 배워가는 단계입니다."


정한은 원우의 피상적인 대답에 코웃음을 쳤다.


"아니, 지수 상태 물어본게 아니라 서로 어떤지 물어본겁니다."


원우는 지긋이 정한을 쳐다보았다. 정한은 지지 않고 빙글거리는 입꼬리를 내리지도 않고 차갑게 굳어가는 원우의 얼굴을 마주했다. 원우는 대답 대신 등을 돌려 방을 나섰다. 문고리를 돌리던 찰나 원우는 정한을 뒤돌아보며 말했다.


"다음부터 다른 사람 앞에서 지수님 얘기할 때 존칭 꼭 붙히세요."




-"저기..."


걱정스러운 표정의 지수를 무시한 채 원우는 그를 이끌고 그의 사무실로 향했다. 잡힌 손목이 얼얼할 쯤 지수가 손을 비틀자, 걸음을 멈춘 원우는 지수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하아, 한숨을 내쉬었다. 떨구어지는 그의 고개에 지수는 괜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미안해요."


그 말에 다시 고개를 들고 여전히 앞만 바라보던 원우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저한테 미안해 하시지 말고... 당신 아버지 생각하세요. 오늘은 업무 안 따라오셔도 됩니다, 방에서 푹 쉬면서 생각할 시간 드릴게요."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에 툭하고 떨어진 기분이었다. 뿌얘지는 시야로 원우를 보내고 도망치듯 방으로 돌아온 지수는 오랜만에 베개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었다. 처음에는 어린 아이처럼 돌아오질 않을 아버지를 찾으면서 울었다. 그리고는 자신 주위에 돌아가는 자신은 하나도 모를 일들의 답답함에 뜨거운 가슴을 쥐어박으며 울었다. 나중에는 지쳐 울 기운도 없어 멍하니 천장의 문양을 세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벌써 창문을 통해서는 주황빛 노을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햇살이 닿은 문틈 사이로 무언가 반짝였다. 축 늘어진 몸을 힘들게 일으킨 지수는 문틈 사이에 끼워둔 사진 하나를 발견하고 주워들었다.


'괜찮아요.' 깔끔한 원우의 글씨, 반대편은 오래된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건장한 체격의 두 군인이 화려한 제복을 입고 있었고, 그런 그들에게 매달린 두 아이가 있었다. 지수는 그 두명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계속 머릿속에 간직했지만 별로 기억이 나지는 않는 아버지의 웃는 얼굴, 그에게 매달려있는 어린 지수, 그리고 항상 차가운 표정의 그리고 그 사진 속에서도 굳은 표정의 아버지보다 세상을 일주일 먼저 떠난 그의 친구. 그리고 그 친구분이 손을 잡고있는 깡마른 남자아이, 전원우였다.

'Idol > Alejandro' 카테고리의 다른 글

02. 전원우  (0) 2017.01.23
01. 나를 찾는 사람  (0) 2017.01.22
00. 나는 혼자다  (0) 2016.12.31

"여보세요, 승철이 자?"


-"아니, 방금 씻고 잘려고 하고 있었지."


"어, 미안해 그럼 가서 자. 나 별거 없어."


-"아니야, 아니야. 나는 너랑 통화할래."


"오늘도 훈련하고 온거야?"


-"그렇지 대회 가까워질수록 빡세게 시키니까."


"어휴, 힘들겠다. 나 이번 학기 마무리지면 꼭 훈련소 찾아갈게."


-"아니야, 오지마. 여기 멀잖아. 그리고 동기들이랑 코치님들도 짖구져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피곤할거야."


"에이, 그래두."


-"지수는 잘 있었어?"


"나야 뭐. 똑같지. 아니 근데 있잖아, 오늘 전에 말했던 걔가..."


지수는 조잘조잘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야무지게 풀어놓았다. 한국말이 정말 많이 늘었다.

지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너무 좋았지만 고된 훈련으로 몸이 지친 덕에 자꾸만 눈꺼플이 스르륵 내려왔다.


"승철? 승철아?"


-"어.. 왜?"


"피곤하지? 가서 자라니까."


나도 모르게 깜빡 졸았나 보다. 워낙 낯간지럽다고 생각한 덕에 누군가랑 통화를 삼분이상 한적이 없어서 더 그런 것도 있었다.

그렇다고 지수의 전화를 받고 졸은 자신을 자책하며 허벅지 안쪽을 조금 힘을 주어 꼬집었다. 눈물이 찔끔 나는게 잠 깨는데는 꽤 효과가 있었다.


-"아니야, 안 피곤해. 몸은 지쳐도 너 얘기 듣는게 더 좋아. 지수야."

'Idol > 조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겸슈] 신발끈 풀렸다  (0) 2017.07.04
[겸슈] 잘 있어요.  (0) 2017.06.28
[쿱슈] 우산  (0) 2017.06.26
[솔홍] 미친놈들  (0) 2017.02.20
[훈슈] 난 걔가 좋더라  (0) 2016.12.30

"야, 어제 그렇게 준비하고 오늘 갑자기 못 온다고 하면 어떡해? 나 혼자 들어가라고? 나 처음 해봐서 불안한데.."


-"미안해, 진짜 미안해 오빠. 그 가짜 신분증은 챙겼어?"


"챙겼어, 챙겼어."


-"그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해, 익숙한 척하는거. 오빠, 뻔뻔한 거 잘하잖아."


"이걸 확, 알았어. 한번 해볼게."


지수는 후우 하고 깊은 한숨을 쉬고 자신이 앞에서 한참을 발만 굴렀던 바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추진력 있는 친구들 덕분에 가짜 신분증에서 부터 단속이 적은 장소까지 죄다 물색해놓은 것인데,

갑자기 다들 나만 남겨두고 간 것이다. 그래도 지수는 자기가 드린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손에는 계속 식은 땀이 찼지만 표정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부진 애를 썼다.


바 안은 생각보다 너무 조용하지도 소란스럽지도 않았다. 사람들 몇명은 조용히 구석 당구대나 티비 앞에 일행들끼리 어울리고 있었다. 지수처럼 혼자 온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하였다. 그래도 아무도 지수에게 관심을 주지 않자, 지수에게 조금씩 오늘 안 걸릴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지수가 엉거주춤 눈치껏 테이블에 앉자, 선하게 생긴 인상의 바텐더가 지수 두자리 건너 앉아있는 여자 둘과 이야기하다가 지수 쪽으로 걸어왔다.

지수는 자기 딴에는 티가 나지 않게 침을 꼴깍 삼켰다.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뭐 드릴까요."


"아, 저는 그.."


급하게 바텐더의 뒤 쪽에 있는 보드를 찾던 지수는 Screaming O, Buttery Nipple 같은 노골적인 이름에 자기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저는 Screaming 풉, O 주세요."


-"예, 기다리세요."


이상하게도 바텐더는 지수의 주문을 듣고 저기 가게 구석에서 빈 의자를 테이블 위로 올리고 있던 키가 큰 미남형의 다른 바텐더에게 가서 무언가를 얘기하고 있었다. 자꾸만 부딪히는 시선에 지수는 괜히 애꿎은 손톱만 뜯었다. '뭐지, 나 걸린건가? 여기서 급하게 나가면 더 티가 나겠지? 어, 이쪽으로 오는데. 뭐야 나 끌려나가는거 아니야. 아니야, 지수야 모든게 왜 네 중심이니. 우연히 눈 마주친 거 일수도... ...


아까 눈이 마주쳤던 바텐더가 어느새 지수의 어깨를 잡고 있었다. 후다닥 뒤를 돌아본 지수는 그 굳은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가까이서 보니까 속눈썹도 긴게 더 잘생겼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저기, 오ㅐ,"

-"친구야, 조용히 짐 챙겨서 따라오자."


지수는 무서웠지만 뭔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더 무서운 게 일어날까봐. 축 처진 어깨를 떨어지지 않는 발을 질질 끌며 그를 따라갔다.



그를 따라 간 곳은 박스들이 가듣 쌓인 바의 창고격 되는 곳 같았다. 그런데다가 조명까지 어둑어둑 한것이 지수의 두려움을 더욱 극으로 올렸다.

아까 처음에 주문을 받은 선한 인상의 바텐더가 아까보다도 더 빙글빙글 웃으며 무언의 압박으로 내 어깨에 매고 있던 가방을 가져가서 뒤지기 시작했다.

그 쪽 만을 무어라 하지도 못하고 멍하니 보고있다가 키 큰 바텐더가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고개를 돌렸다.


-" 저기, 친구? 신분증 좀 보자."

"네?"

-"신분증 보여달라고 확인 좀 하게."


지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지 뒷주머니에 있던, 가짜 신분증을 떨리는 손으로 내밀었다.




신분증을 지수에게서 건네받은 민규는 어이가 없어서 허 하고 웃었다. 그리고는 능숙하게 엄지로 가장자리를 벗겨내더니 지수의 학생증에 붙은 허접한 스티커가 부욱 하고 떨어져 나갔다.민규는 지수의 학생증을 뜯어보았다. 이 근처 학교, 속일 거면 제대로 하지. 이마에 나 여기 처음이에요. 몰래 온거에요. 써붙히고 다니면 누가 의심을 안할까. 민규는 학생증을 지수의 눈 앞에 흔들었다.


-"아이고, 지수야. 이거 설명 좀 해볼래?"

"그..저.. 죄송해요." 지수는 절로 고개를 떨구었다.


석민이 지수의 가방을 뒤지고는 말했다.

-"야, 너는 학생이 가방에 책을 딱 하나만 갖고 다니냐. 하필이면 윤리네 그것도."

석민과 민규가 마주보고 큭큭 거리며 웃자 숙인 지수의 얼굴이 창피함에 더욱 빨갛게 되었다.


민규가 웃던 걸 멈추고 달래주듯 지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물었다.

-"어떻게 할까 지수야, 경찰서 갈래?"

지수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어쩌냐, 그냥은 우리가 못 보내 주겠네. 지금 나 보고 말해, 여기서 일어나는 거 네가 네, 하면은 네 동의하에 한거다?"

"...네"


다가오는 민규에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던 지수의 등에 석민의 가슴팍이 닿았다. 그는 퍼뜩 물러나려는 지수를 팔을 잡아 눌렀다.

민규는 망설이지 않고 한 손으로 지수의 볼을 잡아 눈을 맞추게 하였다.

-"어린게 발랑까져 가지고, 게다가 눈 똑바로 뜨고 거짓말을 하네? 오늘 좋은 거 배워가는거야 너. 세상 사는거 만만치 않다는거."


지수는 결국 무서움에 눈물을 뚝뚝 흘렸다.

-"어어, 벌써 울면 안되는데."

석민은 지수의 팔을 고정하고 있는 팔 반대 팔로 지수의 눈물을 닦아주고, 지수가 입고 있던 셔츠의 단추를 찬찬히 풀러내렸다.

완전히 셔츠를 벗겨내고 석민이 놓아주자, 다리에 힘이 풀린 지수는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러거나 말건 따라 앉은 석민은 머리 맡에서 다시 지수의 두 팔을 머리 위로 가져갔다. 민규는 지수의 얇은 바지 위로 작지만 동그란 엉덩이를 노골적으로 주물렀다.


-"확실히 어리긴 어려?"

"싫어요. 흐어엉. 그만, 흐끅, 그만."


민규가 이제 바지 버클로 손을 옮길 때 석민은 지수를 좀더 일으켜 앉혀 지수의 머리가 자신의 어깨에 기대도록 했다.

그리고는 지수의 귓바퀴를 집요하게 핥았다. 그 곳에는 작은 십자가 모양 피어싱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지가지 한다. 요즘은 학교가 피어싱 같은 것도 안 잡나봐."


그리고는 그 부분을 약하게 잘근잘근 씹어대자, 지수가 크게 몸을 비틀며 아파하였다.


"아악, 아파!"

그러나 지수도 이내 흡하고 숨을 들이마쉬어야 했다. 어느새 지수의 속옷까지 저만치로 밀어내버린 민규가 그 큰 손으로 지수의 성기를 확 쥔 것이다.

몇번 엄지로 귀도를 자극하다가 천천히 아래위로 쳐주기 시작하자 지수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흐으, 안돼요. 어흐 나이러면 안돼는데."

-"왜, 뭐가 안돼, 아까 네가 알겠다고 했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흐아"

점점 빨라지는 손짓에 지수는 그저 석민에게 기대어 안돼, 안돼만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무언가 머릿속에서 팍 하고 터지면 민규의 손에 사정을 하자 지수는 아까처럼 다시 흐어엉 하고 울기 시작했다.


"나 아직 한 번도 못해봤는데."


하지만 지수의 예상과는 달리 석민과 민규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게다가 민규는 계속 지수가 소리내어 울자 지수의 뺨을 한번 내리쳤다. 힘을 그닥 세게 주지는 않아 별다른 아픔은 없었지만, 고개가 획 돌아가는 바람에 지수는 끅, 하고 울음을 그쳤다. 물기 젖은 눈으로 애원하듯 민규를 바라보자, 민규는 환하게 웃으며 아까 지수의 사정액이 그대로 남아있는 손가락을 지수의 입으로 가져갔다. 아무 힘이 없던 지수의 턱은 그가 벌리는 대로 열렸고, 그가 쑤시는 대로 헛구역질을 하였다.


그렇게 멍하게 있던 지수는 민규의 손이 뒤에 닿자, 다시 퍼뜩 정신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자 뒤에 앉아있던 성민이 지수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렇게 불쌍한 지수의 다리는 다시 민규에 의해 벌어지고 자신의 뒤를 더듬는 손가락에 차마 보지는 못하고 지수는 눈을 꼭 감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무언가가 갑자기 비집고 들어오자, 역겹다 거부감 든다, 이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일단 아파서 이를 꽉 물었다. 그런 지수를 보고 그 색기에 속으로 감탄한 민규는 침으로 질척해진 손가락으로 조금씩 내벽을 자극했다.


위에 지수의 표정은 여전히 죽을 상이었지만 막상 아래는 조금씩 긴장이 풀려 처음임에도 꽤 금방 벌어지고 있었다. 발갛게 달아올라 힘이 거의 풀려 축 늘어진 지수를 잡고만 있었던 석민은 민규에게 눈짓을 보냈다. 민규가 그 걸을 읽고 천천히 지수의 밑에서 손을 빼내자, 지수는 다시 숨을 훅 들이마쉬었다. 그렇게 마음을 조금이나마 놓기도 전에 저를 잡고 있던 석민이 자기를 앞으로 밀어 눈 앞에 있던 민규에게 안기는 꼴이 되었다. 석민이 천천히 넥타이를 풀자, 민규는 지수의 두 손목을 잡고 지수를 어르며 일으켜 세웠다. 지수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채 그저 조금 불편하게, 나체로 민규에게 안겨있기만 했다. 그 때, 넥타이를 두손에 팽팽하게 잡은 석민이 한쪽을 놓으면서 지수의 등을 찰싹 때렸다.

"흐억, 뭐..뭐에요."


그 신선한 따끔한 고통에 지수는 다시 바들바들 떨었다. 아까 기억을 되짚어보니 그 넥타이가 가죽이었다. 계속 되는 매질에 지수는 겁을 먹고 멈부림춰 민규에게서 벗어나려고 할수록 팔의 힘이 들어갔다. 그래서 다시 체념한 채로 이제는 민규에게 안겨 지수는 불규칙하게 떨어지는 가죽성 넥타이에 그저 크게 움찔움찔하였다. 그 와중에 자신의 목에 입을 맞추며 자극하는 민규에 또 아프기만 한것은 아니라 그 수치심이 배가 되었다.


이제 빨갛게 부은 지수의 등을 본 석민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한시도 빨리 이 백지를 깔고 싶었다. 그는 민규에게서 지수를 건네받듯이 옮겨 지고 근처의 테이블에 엎드리게 하였다. 지수는 두려움에 그저 그 테이블의 가장자리만 꼭 붙잡았다. 몇번 손가락으로 구멍의 간을 본 석민은 아까 민규에 의해 늘어난 것을 보고 만족해하며 천천히 자신의 것을 삽입했다. 지수에게는 그 짧은 순간이 영원 같이 고통스러웠다. 천천히 들어오는 데로 흐아악, 비명을 지른 지수는 그 압력이며 뜨거움이며 모든게 너무 낯설어, 하도 울어 마른 줄 알았던 눈물샘에서 눈물이 다시금 뚝뚝 떨어졌다.


그런 지수 앞에 민규가 자신의 버클을 끌르며 다가왔다.


-"지수, 정신은 차리고 있지? 어때 처녀를 처음 보는 사람한테 준거네?"

"흐으, 하지마요, 그런 말 하지마아악, 흐아."

-"아직 말대꾸할 기운은 있나보네? 입 벌려."


아까처럼 지수의 턱을 고정하고 물어오는 민규에 지수는 억지로 입을 벌렸다. 그 사이로는 이미 끝까지 발기한 민규의 것이 들어왔다. 유난히 지수가 입이 작은데다가 뒤에서 밀어붙히는 석민의 힘에 흔들려서 고작 앞쪽 밖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다물리지 못한 입에서는 침이 조절하지 못할만큼 흐르고 결국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석민이 빠져 나가고 지수의 등 위에 사정하자, 둘은 지수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고 아까처럼 무릎 꿇고 엎드리게 하였다. 그리고는 석민이 일어나서 지수의 가방에 들었던 윤리 교과서를 가져와 지수의 등위에 올려 놓았다.

-"벌 제대로 받아야지, 이거 안 떨어지게 해."

"으응, 네."


지수가 팔을 부들부들 떨며 버티는 노력이 의미 없게도 민규는 엎드린 지수를 더욱 숙이게 하여 아직 성난 자신의 성기를 지수의 입에 밀어넣었다. 민규가 다시 지수의 턱을 붙들고 목구멍까지 성기를 박아넣자. 지수의 등이 크게 떨렸다. 하지만 금방 책이 떨어질까봐 다시 자세를 잡았다. 지수의 것도 어느새 두번째 사정을 하려는 듯 잔뜩 부풀어있었다. 그 것을 눈치챈 석민은 지수의 것을 꽉 움켜쥐었다. 지수는 흡하고는 책을 떨어뜨리 뻔하여 원망스럽게 석민을 돌아보았다.

-"지수 먼저 가면 안되지, 나이 많은 사람 우대하는 거 모르나? 민규 쌀때까지 너도 못싸."

슬슬 사정하지 못해 올라오는 고통에 지수는 더욱 적극적으로 혓바닥을 내어 민규의 것을 핥았다. 그 모습이 도저히 처음이라고는 믿기지 않아. 석민과 민규는 허탈하게 웃었다.


허억, 하는 낮은 신음과 함께 마침내 민규가 지수의 얼굴에 사정하자 석민은 지수의 성기를 놓아주었다. 그에 지수는 부르르 몸을 떨며 석민이 등위에 책을 치우자 마자 옆으로 후우 하고 누워버렸다. 너무 피곤했다.






어떻게 석민과 민규가 지수를 잘 달래서 서로 입막음을 하기로 한지 시간이 꽤 지난 날이었다.

7시 바 문을 열기위해 의자를 내리던 석민과 민규는 누군가가 똑똑 하고 문두드리는 소리에 그 쪽을 바라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지수가 수줍게 웃으면서 서있는 것이었다.

-"뭐야, 너 여기 왜 왔어. 마음이 바뀐거야, 경찰에 추행으로 넘길려고?"

"아니요. 그냥..."

-"그냥 뭐."


몸을 베베꼬던 지수는 이내 빤히 저를 내려다보는 두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뭐 잘못한 게 있어서요... 혼내주세요."

'Idol >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홍] 어떻게든 살아진다  (0) 2017.07.04
[겸슈] 평범해 지고 싶은 우리의 연애  (0) 2017.07.01
[윤홍] 원한다면  (0) 2016.12.31
[훈슈] Born This Way  (0) 2016.12.30
[윤홍] 결혼한 남자  (0) 2016.12.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