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는 정말 순진했고, 나 밖에 몰랐다. 귀엽게 들릴수도 있지만 진짜로 그랬다. 그 얼굴에 행동거지로 어떻게 지금까지 안 잡아먹히고 살아남았는지 모르겠지만 한번 찔러보자는 심산으로 대시했을 때 내가 처음이라며 붉힌 얼굴은 정말이지 여러가지로 기가 막혔다. 지수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 이었고 나에게도 지수같은 애는 처음 이었다. 내가 자기 만나기 전까지는 여자 하나만 사귀었었다는 거짓말을 믿을 정도로 지수는 순수했다.
정한이 그 날 저녁 우리 집으로 왔다. 평소처럼 내가 해준 밥을 먹고 편하게 널브러져 있었고 나는 아마 설거지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그가 내 뒤로 다가와 나를 끌어안았고 나는 여전히 긴장했다. 살짝 힘을 준 손에 내 어깨가 돌아갔고 정한의 그 오목조목 잘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가 입을 맞췄다. 꽤나 강하게 밀고 들어오는 정한에 그냥 힘을 빼고 그의 목에 살짝 매달렸다.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내 몸이 뒤로 훅하고 넘어갔다. 눈을 떠보니 눈에 들어온 천장, 공간을 천천히 인지하기도 전에 내 시야를 정한이 가득 메웠다. 익숙하지 않아 그냥 눈을 꼭 감아버렸다. 그 뒤로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정한의 몸은 계속해서 나를 밀어붙혔고 뜨거운 숨이 내 목덜미나 귓가에 닿기도 하였다. 계속 머리 위로 붕 뜨는 것 같은 정신을 간신히 붙들고 있다가 아랫배 위로 퍼져오는 뜨끈한 느낌과 함께 나는 까무룩 정신을 놓았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거는 정한이 등, 불안했다. 내가 별로였나? 그래도 나는 좋긴 좋았는데, 내가 그 여자 보다 못하나?
"정한아, 나 괜찮았어?"
-"어? 뭐, 내가 남자는 처음이라 모르겠네."
아무런 표정이 없는 그 얼굴로 퉁명스레 던진 대답에 마음이 쿵하고 내려 앉는 느낌이었다. 서운했다. 그래도 아직 나는 정한이가 좋은데. 이 관계를 놓기는 싫었다. 차라리 정한이가 이것저것 하라고 지시해 줬으면 내가 그대로 해서라도 정한이와 함께하고 싶었다.
지수와의 잠자리는 기대 이상이었다. 내가 뭐 하나라도 하려고 하면 화들짝 놀라고 자극에 대해 솔직하게 반응했다. 처음이라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훌쩍거리기까지 하는 모습에 왜 다들 처녀처녀하는지 알 것 같았다.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았다. 게다가 눈 뜨자마자 뭐 마려운 강아지 표정으로 물어오는 꼴이라니.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애써 누르고 되도 않는 거짓말을 했다. 한번 홍지수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고싶었다. 확실히 높은 서열에서 내려다보는 포식자의 입장은 너무나 달콤해 이 아이를 더욱 쥐고 흔들고 싶어졌다. 지금까지 웬만한 년놈들은 다 만나 봤지만 이런 애는 없었다. 며칠간 홍지수가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오늘은 조금만 더 가볼까 했다. 차 옆자리의 종이 봉투가 브레이크가 걸림과 함께 조금 부시럭 거렸다.
정한에게 오늘 온다는 문자를 받고 묘했다. 뭔가 그 일을 치룬 뒤 같은 공간에서 보기가 무섭고 설레서 가슴이 떨렸다. 대충 급하게 씻고 내가 봐도 어색하게 소파에 걸터 앉아 기다렸다. 얼마 뒤 열린 현관문에 정한이 들어왔고 우려와는 달리 정한은 내가 좋아하는 왕자님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보고싶었다고, 따뜻하게 안아주고서 내 손에 종이봉투 하나를 쥐어주었다.
-"입고 나와봐줘, 홍지수."
뭐지? 라고 생각하는 머리와는 달리 내 발걸음은 자동으로 가장 가까운 방으로 향했다. 봉투 속에는, 다름 아닌 정장 원피스가 들어있었다. 생전 입어본적 없는 하늘하늘한 소재에 반쯤 입다보니 하체도 빈틈없이 붙는 펜슬 스커트 형의 원피스 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이나 네 모습이 이상한데 며칠 전 정한의 말이 머릿속에 동동 떠다녀 꾸역꾸역 다 입을 수 밖에 없었다. 등 뒤의 지퍼를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올리며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획 뒤돌자 정한이 아까보다도 더 환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예쁘다, 홍지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밖에 더할텐데 거기에다가 이쁘다니 새삼 당황스럽고도 좋았다. 정한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제 허벅지를 와서 앉으라는 듯 툭툭 치자 나는 주인이 부른 강아지 마냥 쪼르르 다가가 앉았다. 내 턱을 잡고 짙게 눈을 마추자 몸이 저절로 베베 꼬였다. 아직 익숙치 않은 긴장감이 싫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입을 맞춰왔다. 어정쩡하게 길을 잃은 두 팔은 정한의 목에 감고 한참을 달달하게 입술을 물어오는 감촉을 느꼈다. 갑자기 내 허벅지를 옷 위로 지분거리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입고 있던 무릎까지 오던 치마를 옆라인을 길게 뜯어버렸다. 놀란 나는 정한이에게서 얼굴을 떼어낼 수 밖에 없었다.
놀란 지수는 눈을 땡그랗게 뜨고 나를 내려다 보았다. 살짝 겁에 질린 표정이 예상대로 였다. 괜찮다면 두어번 말해주어도 지수 표정은 그대로 였지만 그렇다고 이제와 뺄 생각은 없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거칠게 입을 맞췄다. 간간히 따라오진 못한 지수와 이를 몇번 부딫히고 고개를 자꾸 뒤로 빼려고도 하는 걸 손으로 뒷머리를 살짝 누르니 또 가만히 있는다. 벌어진 아니 찢어진 치마 사이로 지수의 말랑한 허벅지가 만져졌다. 입을 맞추는 것에 따라 그 안쪽까지 지분거리니 또 몸을 부르르 떤다. 그렇게 부드러운 허벅지를 주무르다 보니 지수의 브리프 끝이 만져졌다. 안 어울리기도 해라. 숨이 부치는지 끙끙 거리는 지수를 떼어놓고 살짝 풀린 눈이 돌아오게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니 또 멍하게 나를 바라본다.
"지수야, 여기 바로 앞에 등 돌리고 서봐."
또 시키는 대로 비척비척 일어나 어정쩡하게 서있는다. 한 손으로 다른 팔꿈치를 만지작 거리는게 마치 진짜 계집애들 같다.
"그래, 거기서 속옷 내려."
지수가 조금 머뭇거리며 나를 어깨 너머로 뒤돌아본다. 그 큰눈에 눈물도 조금 맺힌 것 같다. 그래서 더 미치겠다. 뒤에 있는 나를 의식한건지 치마의 앞부분만 말아올려 천천히 그 작은 천을 끌어내리는데 얇은 천을 통해 여실히 들어나는 아래쪽 실루엣이 꽤나 꼴리는데 손은 아직 달달 떨고 있어서 그 부조화에 웃음이 실실 세어나오는 걸 손바닥으로 막았다. 지수가 다 벗어내고 다시 치마를 내리고 숨 한번 고른 뒤 다음에는 뭘하냐는 표정으로 나에게 동의를 구하 듯 돌아 봤다. 벌떡 일어나 다가가니 몸을 돌리면서 두팔은 더욱 꼭 제몸을 감추려는 듯 감쌌다. 두 어깨를 힘을 꽤 주어 내리 누르니까 저절로 무릎을 꿇는다. 그러면서 찢어진 부분의 치맛단이 조금더 튿어지고 두 손으로 더 벌어지려는 걸 꼭 잡고 있는거다. 미처 일이 끝나고 갈아입지 못한 정장바지의 벨트만 끌른 뒤 지퍼를 내려 좆을 꺼내니 지수의 눈이 갈 곳을 입고 바닥에 툭 떨어졌다. 턱을 잡고 올린뒤 얼굴에 들이미니 웬일로 부정을 하는 것이다. 말 늦게 배운 아기 마냥 고개를 도리도리 하면서.
"뭐 하라는지 몰라서 그래? 지수야?'
-"아니야, 그거 싫은데..."
눈치를 보면서 말꼬리는 늘리는 지수에 그 벌어진 입 틈새로 엄지를 구겨 넣어 억지로 입을 벌리게 했다. 지수는 내 손가락을 깨물만큼 모질지 못했다. 다른 손으로 지수의 뒷머리를 잡고 반쯤 우겨넣으니 헛구역질 하며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면서 자꾸만 목을 뒤로 빼려하며 힘도 안들어간 주먹으로 내 허벅지를 툭툭 밀어냈다.
"후, 손 묶어버린다. 가만히 있어."
지수는 그 말을 듣고 아예 눈을 꼭 감고 두 손으로 자기 허벅지를 잡고 끝까지 부풀어오른 성기를 거의 울면서 받아냈다. 그 모습이 오히려 요란 떨며 빨아오는 것보다 더 자극적이었다.
마침내 정한의 성기가 빠져나가자 잔뜩 긴장했던 몸이 힘이 풀렸다. 그런 나를 일으킨 정한은 침대로 옮긴뒤 헤드를 붙잡고 엎드리게 하였다. 아직 다리가 저리고 잡혀있던 뒷머리 때문에 어지러웠다. 그 와중에 정한은 내 한 손을 뒤로 가져가 제 입에 넣고 빨기 시작하는 거다. 다리는 계속 저리고 처음 느끼는 옷의 촉감에 반쯤 발기한 상태에 손끝에 자극이 더해지자 발끝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손가락이 질척해질 즈음 정한은 그 손목을 이끌고 내 뒤로 가져갔다. 정한의 행동을 직감한 나는 그 주먹을 꼭 말아쥐었다.
"나 이거는 진짜 싫어, 정한아."
-"그럼 안풀고 하고 싶어?"
"...차라리 네가 해줘."
정한의 짧은 웃음 소리가 들리고 찢어진 치마자락이 옆으로 제껴지는 느낌과 함께 뻑뻑한 손가락 하나가 뒤를 비집고 들어왔다. 건조한 밑은 아무런 준비가 안됐는데 굵은 손가락 하나가 더 배려없이 뒤를 드나 들었다.
"흐으, 정한아. 천천히. 아파, 흑."
-"그래? 그럼 내가 빨아준 손가락으로 풀지 그랬어?"
선심쓰듯 정한이 퉤 하고 침을 엉덩이 골에 뱉었다. 다른 것도 있는데 왜 굳이 침을, 이라고 생각하던 중 조금 더 생긴 여유에 다른 손가락이 하나더 침범했다. 이젠 속이 살짝 울렁거리기 시작하는데 뒤에서 정한은 허리를 한팔로 감아오면서 허벅지에 그 뜨거운 성기가 느껴졌다. 속으로 아직 아플텐데 중얼거리다가 입구를 지분거리는 뜨거운 것이 한순각에 밀고 들어왔다. 밑에서 부터 타고 올라오는 그 아픔과 자극에 고개가 절로 젖히고 악 소리가 났다. 그러거나 말건 정한은 쾅쾅 밀어붙히기 시작했다. 팔에 힘이 풀려 풀썩 내려앉아 배게에 얼굴을 푹 묻었다.
"읏, 아악, 아프다고, 흐으, 읍."
-"아프다는 년이, 후우 목소리는 또 왜 그렇게 야하고 그래."
"뭐라는 흐, 거야."
내려앉은 상체를 다시 끌어올려주기는 커녕 정한은 오히려 더 짓누르며 원피스의 단추를 튿어내든 끌르고 그 사이에 손을 넣어 내 유두를 꼬집었다. 아래 위로 올라오는 자극에 다시 정신이 오락가락 하여 그저 베개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힘에 눌려 옆으로 돌아간 고개와 벌어진 입술에서는 내것이 아닌 것 같은 소리가 자꾸만 빠져 나왔다. 전립선을 눌러오듯 들어오는 성기에 결국 나는 치맛 속에 사정을 했고 그제서야 속도감을 줄인 정한은 천천히 내 몸을 돌려 눈을 마주하게 했다.
-"하아, 좀만 참지, 지수야, 나 같이 가고 싶었는데."
"흐응, 미안해."
그 말을 끝으로 정한은 이마에 입을 꾸욱 맞추면서 내 안에 사정했다. 몇번더 이마와 얼굴 여기저기에 도장 찍듯 입을 맞추던 정한이 땀에 젖어 여기저기 흩어진 머리카락을 아직까지 쌔액쌔액 숨을 내쉬던 나를 대신해 정리 해주었다. 아까전까지 무섭게 힘으로 몰아부치던 정한은 없었다.
-"오늘은 말도 잘 듣고, 지수 괜찮았어."
까닭모를 성취감에 전신이 뿌듯함으로 가득 차올랐다. 기분 좋았다. 아까는 정말 힘들었는데 이거보다 조금 더한 것도 어쩌면 해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홍른불판 무정부 게시판에 썼던 썰을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