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민, 야, 시발 나 좀 살려줘라..."


_"뭐... 너 지금 우냐?"


"혼자 타지에서 사는 것도 서러운데..."


-"왜? 너 그 동갑인 애, 한국말도 잘하고, 그 룸메랑 잘 지내던거 아니었어?"


"아, 그 새끼가 지금... 애인 불러와서 떡친다고! 내 침대에서 손 뻗어면 닿는덴데 나 시퍼렇게 눈뜨고 있었는데! 원래 미국 마인드가 그런거냐? 자기 사생활까지 좆도 신경 안쓰는거?"


-"걔 게이라고 하지 않았어?"


"응."


-"이야, 부승관, 여자 손도 못 잡아본게 게이들 섹스하는 거 눈 앞에서 구경하네."


"몰라 시발."


-"애인이라는 애는 어떻데? 이쁘데?"


"...그렇드라."


-"...자라."





뭐지, 내가 뭐 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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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님, 손님 오셨어요."


정한과 그 날 밤이후로도 다른 사람들의 대우는 변하것이 없기에 내 일상은 그대로 였다. 그저 어떤 날은 하루 끝에 다시금 그 방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두리번 거리면서도 사제복의 옷깃을 꼭 쥐고 그 방에 들어섰다. 설명할 수 없는 마음 속 무거움이 한 쪽에서는 쌓여 가면서도 내가 사람임을 느끼게 해주는 정한에 고마웠다. 그리고 그가 찾아왔다. 아버지가 보낸.


"안녕하세요, 북쪽 사단 사령관 전원우입니다."


차갑고 뾰족해보이는 인사 예의 사람을 대할 때 빈틈이 없으면서도 이질적인 태도, 이 것이 아마 아버지가 내게 원한 모습이겠지. 나는 그가 내민 손을 물끄러미 보다가 꾸벅, 목례로 짧게 답을 대신했다. 자리를 옮겨 둘만 남게 되자마자 그는 입을 열었다.


"부친상 이후로는 좀 어떠신지요. 유서도 없이 떠나신지라 조금 당황하셨겠지요.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저에게 모든 말을 남기고 가셨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저를 찾지 않으신게 불안해서 이렇게 직접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지수는 그의 어깨 너머를 멍하게 바라보며서도 그의 말을 따라가려 애썼다.


"장군께서 남기신 말을 정리하면 두가지 입니다. 자신의 아들, 당신,을 돌봐주고 지켜달라. 그리고 그의 자리는 저에게 넘겨주신다고 하셨더군요. 다만 당신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지수씨가 이 곳에서 저의 즉위를 인정하는 선언을 해준다면 저는 그에 따라 지금 임의로 자리에 앉은 전직 대령을 내리고 제가 이 곳을 통제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수씨를 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평생, 제가 죽을 때가지, 보호해드리죠."


-"그래요. 선언은 어떻게 하죠?"


생각보다 빠른 지수의 결정에 원우는 눈썹을 한번 으쓱하고 흰색 잉크로 글자가 씌여진 검은 종이를 꺼내었다. 그 곳에는 지수의 아버지의 도장과 함께 전원우라는 이 사람을 자신의 자리에 앉힌다는 내용과 그 밑에는 지수 역시 이에 동의한다는 문단과 작은 빈공간이 있었다.


-"그럼 내일 아침 이거 그대로 읽으면 되죠?"

"예, 빈공간에는 검지로 지장 남기시면됩니다."




지수에게 이 것이 나름 전환점이라면 전환점 이었다. 아버지의 빈공간을 대신해줄 사람이 생겼으니 어쩌면 그 때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정한은 애꿎은 것만 물어왔다.


"전원우 사령, 그 인간 좀 많이 젊지 않아?"

-"그런가요?"

"보면 몰라요? 어때, 생긴 것도 좀 생겼지."

-"무슨 말을 하시는지, 왜 그런 말을 하시는지요."


정한은 대답에 눈을 굴리며 앉아있던 욕조에 얼굴을 푹 담갔다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아까와는 다르게 환하게 웃으며 지수의 팔을 잡아왔다. 젖은 손이 팔에 감기자 지수의 무덤덤한 표정이 조금씩 흔들렸다. 정한은 그 흐트러지는 눈빛을 즐겼다.


"옆에 들어와요."


바스락거리며 무거운 사제복을 벗어낸 지수는 조심스레 물이 참방거리지 않게 정한의 옆에 자리했다. 정한은 그런 지수를 뒤에서 끌어안고 그 가녀린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오소소 돋는 소름에 지수는 욕조 끝을 꼬옥 잡았다.


"그 사람이 너 지켜줄 것 같으면 너 할려는 대로 해. 그 사람이 너의 아버지 빈자리 채워줄 것 같으면... 나는 다른 자리에 있잖아... 그지?"


그 말을 끝으로 정한은 여전히 지수의 허리를 안은 채 지수의 턱을 돌려 입을 맞췄다.



다음날 지수는 오랜만에 이 곳 사람들 앞에서 확성기를 잡았다. 그리고 그저 아버지가 나를 위해 써놓은 그 말들을 읽어내려갔다. 원우의 손에 아버지의 도장을 넘겨주고 그는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지금 보니까 아버지랑 눈빛이 많이 닯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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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예고도 없이 아버지가 나를 이 차가운 곳에 남기고 간 이후로 그 어느 사람도 나에게 사람처럼 말을 걸지를 않았다. 가끔 누가 형식적으로 안부를 물어온다면 단어들을 발음하고 내뱉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만 같아 내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두 손을 모으고 중얼거리던 나의 기도는 더 이상 그 어느 군인들의 귀에도 흘러가지 않는 것 같았고 그 아무도 이를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차가운 도자기 인형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고 애썼다. 아버지가 유일하게 내게 남긴 그 품위라는 허울 좋은 껍데기라도 지키려고, 그러려고 애를 쓴거 같다. 사실 나는 사람이 고팠다.




그 날 저녁 평소처럼 아무 의미 없이 형식만 남은 취전 기도를 마치고 텅빈 복도에 울리는 내 발자국 소리에 거슬려하며 돌아가던 중 누군가 나를 불렀다.


"지수님,"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꽤 고위 군인에게 주어지는 개인 방에서 들려왔다. 은색 도금된 방 번호판 밑에 작게 이름이 적혀있었다. '윤정한', 최근들어는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인데...


-"부르.. 셨어요?"


남자는 발목에 부상을 입은 듯 작은 붕대를 두른 채 침대에 상체를 일으켜 앉아있었다.


"지수님, 다른 수녀님들이 찾아오는 걸 깜빡했나봐요. 혹시 대신 저를 위해 기도 드려주세요."


나를 찾는다. 드디어, 어느 누구가 내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극히 평범한 상황에서 오는 비정상적인 기대감에 손에 찬 땀으로 미끄러워지는 묵주를 고쳐잡으며 그이 침대 옆에 서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내가 지금 유일하게 할 수 있으면서 하고있던 그 기도 드리는 일을 했다. 그 순간 차갑고 단단한 손이 내 팔꿈치를 잡아왔다.


"너무 말랐다. 요즘 힘드신가봐요?"

-"아니에요. 저, 그럼 성부가 당신과 함께 하길 바라며 편히 주무시..."

"지수님 때문에라도 편히 못 잘 것 같아요."

-"제가, 뭐를..."




갑자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정한은 절뚝거리면서도 단단한 팔로 지수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안그래도 창백한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고 그 여린 몸은 뜻모를 두려움 혹은 기대에 바들바들 떨렸다. 말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달싹거리기만을 수십번을 하는 그 입술을 정한은 그대로 자신의 입술로 덮어 버렸다. 한쪽 다리로 무게중심을 잡은 터라 한쪽팔로 무너질듯 지수에게 옭어맨 듯해지만 지수는 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를 밀어내지 못했다. 사실 그것보다 밀어낼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하나의 벽만 바라보고 자라온 지수에게 정한의 입술의 감촉은 그저 너무 새롭고도 좋은 그런 기분뿐이었다. 허리에 감겨있지 않은 다른 손으로 지수의 턱을 고쳐잡은 정한은 그 벌어진 입새로 더운 숨을 훅 불어넣었다. 지수는 자신의 몸에 들어차는 새로운 공기를 느끼며 이따라 들어온 또다른 촉감의 혀를 그저 느끼고만 있었다. 너무 좋았다. 그래서 이상했다.


-"자... 자깜만요. 우리 이러면 안돼요. 이거... 아버지한테 벌 받아요."

"나는 당신네 종교 안 믿어요. 그리고 나는 외로워 미쳐가는 그 쪽 도와주는 거에요. 불쌍히 여기는 사람 돕는거 그거 너네 철학 아냐?"


머릿 속에 아무 말도 떠오르지를 않아 손을 뒤로 둘러 나를 조여오던 하얀 사제복의 단추를 끌르는 손을 내치지 못했다. 지금까지 보았던 눈 중에 가장 순수한 욕심으로 빛나는 그 까만 눈동자를 홀린 듯 바라보다보니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긴 옷가지가 내 발언저리로 툭하고 떨어졌다. 쎄한 한기에 두 팔이 저절로 어깨를 끌어안게 되었다.


계집애마냥 몸을 가린채 투명하게 반짝이는 그 눈에 홀린 정한은 그를 조심스럽게 자신이 누워있던 침대에 앉혔다. 그리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에 꼭 쥐어지는 발목을 잡아 도무지 돌아다니지를 않는 것을 증명하는 그 여리고 부드러운 발에 조심스레 입을 맞추다 슬며시 입안으로 가져갔다. 여태 죽은 인형처럼 굴다 이제는 자신의 입 속에 느껴지는 그 인간의 느낌에 정한은 부러 발가락 마디를 잘근잘근 씹었다. 지수는 발끝에서 느껴지는 생경한 느낌에 눈을 질끈 감고 간지럽고도 묘하게 아랫배가 당기는 기분을 만끽했다. 몸이 붕뜬 것 같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정한은 자신을 올려다보며 맨 무릎을 쥐고 있었다.


"지수야, 네가 못 느껴본 걸 느끼게 해줄게."


그 뒤로는 기억이 나는 것은 오직 감각 뿐이었다. 너무 짜릿해서, 꼭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질때 그 소름이 끼치도록 좋아서...새벽에 몰래 흐트러진 옷가지를 부여잡고 내가 머무는 곳에 돌아와서도 벌어진 입가에서 실실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버지...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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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는 정말 순진했고, 나 밖에 몰랐다. 귀엽게 들릴수도 있지만 진짜로 그랬다. 그 얼굴에 행동거지로 어떻게 지금까지 안 잡아먹히고 살아남았는지 모르겠지만 한번 찔러보자는 심산으로 대시했을 때 내가 처음이라며 붉힌 얼굴은 정말이지 여러가지로 기가 막혔다. 지수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 이었고 나에게도 지수같은 애는 처음 이었다. 내가 자기 만나기 전까지는 여자 하나만 사귀었었다는 거짓말을 믿을 정도로 지수는 순수했다.



정한이 그 날 저녁 우리 집으로 왔다. 평소처럼 내가 해준 밥을 먹고 편하게 널브러져 있었고 나는 아마 설거지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그가 내 뒤로 다가와 나를 끌어안았고 나는 여전히 긴장했다. 살짝 힘을 준 손에 내 어깨가 돌아갔고 정한의 그 오목조목 잘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가 입을 맞췄다. 꽤나 강하게 밀고 들어오는 정한에 그냥 힘을 빼고 그의 목에 살짝 매달렸다.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내 몸이 뒤로 훅하고 넘어갔다. 눈을 떠보니 눈에 들어온 천장, 공간을 천천히 인지하기도 전에 내 시야를 정한이 가득 메웠다. 익숙하지 않아 그냥 눈을 꼭 감아버렸다. 그 뒤로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정한의 몸은 계속해서 나를 밀어붙혔고 뜨거운 숨이 내 목덜미나 귓가에 닿기도 하였다. 계속 머리 위로 붕 뜨는 것 같은 정신을 간신히 붙들고 있다가 아랫배 위로 퍼져오는 뜨끈한 느낌과 함께 나는 까무룩 정신을 놓았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거는 정한이 등, 불안했다. 내가 별로였나? 그래도 나는 좋긴 좋았는데, 내가 그 여자 보다 못하나?


"정한아, 나 괜찮았어?"

-"어? 뭐, 내가 남자는 처음이라 모르겠네."


아무런 표정이 없는 그 얼굴로 퉁명스레 던진 대답에 마음이 쿵하고 내려 앉는 느낌이었다. 서운했다. 그래도 아직 나는 정한이가 좋은데. 이 관계를 놓기는 싫었다. 차라리 정한이가 이것저것 하라고 지시해 줬으면 내가 그대로 해서라도 정한이와 함께하고 싶었다.



지수와의 잠자리는 기대 이상이었다. 내가 뭐 하나라도 하려고 하면 화들짝 놀라고 자극에 대해 솔직하게 반응했다. 처음이라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훌쩍거리기까지 하는 모습에 왜 다들 처녀처녀하는지 알 것 같았다.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았다. 게다가 눈 뜨자마자 뭐 마려운 강아지 표정으로 물어오는 꼴이라니.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애써 누르고 되도 않는 거짓말을 했다. 한번 홍지수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고싶었다. 확실히 높은 서열에서 내려다보는 포식자의 입장은 너무나 달콤해 이 아이를 더욱 쥐고 흔들고 싶어졌다. 지금까지 웬만한 년놈들은 다 만나 봤지만 이런 애는 없었다. 며칠간 홍지수가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오늘은 조금만 더 가볼까 했다. 차 옆자리의 종이 봉투가 브레이크가 걸림과 함께 조금 부시럭 거렸다.



정한에게 오늘 온다는 문자를 받고 묘했다. 뭔가 그 일을 치룬 뒤 같은 공간에서 보기가 무섭고 설레서 가슴이 떨렸다. 대충 급하게 씻고 내가 봐도 어색하게 소파에 걸터 앉아 기다렸다. 얼마 뒤 열린 현관문에 정한이 들어왔고 우려와는 달리 정한은 내가 좋아하는 왕자님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보고싶었다고, 따뜻하게 안아주고서 내 손에 종이봉투 하나를 쥐어주었다.


-"입고 나와봐줘, 홍지수."


뭐지? 라고 생각하는 머리와는 달리  내 발걸음은 자동으로 가장 가까운 방으로 향했다. 봉투 속에는, 다름 아닌 정장 원피스가 들어있었다. 생전 입어본적 없는 하늘하늘한 소재에 반쯤 입다보니 하체도 빈틈없이 붙는 펜슬 스커트 형의 원피스 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이나 네 모습이 이상한데 며칠 전 정한의 말이 머릿속에 동동 떠다녀 꾸역꾸역 다 입을 수 밖에 없었다. 등 뒤의 지퍼를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올리며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획 뒤돌자 정한이 아까보다도 더 환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예쁘다, 홍지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밖에 더할텐데 거기에다가 이쁘다니 새삼 당황스럽고도 좋았다. 정한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제 허벅지를 와서 앉으라는 듯 툭툭 치자 나는 주인이 부른 강아지 마냥 쪼르르 다가가 앉았다. 내 턱을 잡고 짙게 눈을 마추자 몸이 저절로 베베 꼬였다. 아직 익숙치 않은 긴장감이 싫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입을 맞춰왔다.  어정쩡하게 길을 잃은 두 팔은 정한의 목에 감고 한참을 달달하게 입술을 물어오는 감촉을 느꼈다. 갑자기 내 허벅지를 옷 위로 지분거리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입고 있던 무릎까지 오던 치마를 옆라인을 길게 뜯어버렸다. 놀란 나는 정한이에게서 얼굴을 떼어낼 수 밖에 없었다.



놀란 지수는 눈을 땡그랗게 뜨고 나를 내려다 보았다. 살짝 겁에 질린 표정이 예상대로 였다. 괜찮다면 두어번 말해주어도 지수 표정은 그대로 였지만 그렇다고 이제와 뺄 생각은 없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거칠게 입을 맞췄다. 간간히 따라오진 못한 지수와 이를 몇번 부딫히고 고개를 자꾸 뒤로 빼려고도 하는 걸 손으로 뒷머리를 살짝 누르니 또 가만히 있는다. 벌어진 아니 찢어진 치마 사이로 지수의 말랑한 허벅지가 만져졌다. 입을 맞추는 것에 따라 그 안쪽까지 지분거리니 또 몸을 부르르 떤다. 그렇게 부드러운 허벅지를 주무르다 보니 지수의 브리프 끝이 만져졌다. 안 어울리기도 해라. 숨이 부치는지 끙끙 거리는 지수를 떼어놓고 살짝 풀린 눈이 돌아오게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니 또 멍하게 나를 바라본다.


"지수야, 여기 바로 앞에 등 돌리고 서봐."


또 시키는 대로 비척비척 일어나 어정쩡하게 서있는다. 한 손으로 다른 팔꿈치를 만지작 거리는게 마치 진짜 계집애들 같다.


"그래,  거기서 속옷 내려."


지수가 조금 머뭇거리며 나를 어깨 너머로 뒤돌아본다. 그 큰눈에 눈물도 조금 맺힌 것 같다. 그래서 더 미치겠다. 뒤에 있는 나를 의식한건지 치마의 앞부분만 말아올려 천천히 그 작은 천을 끌어내리는데 얇은 천을 통해 여실히 들어나는 아래쪽 실루엣이 꽤나 꼴리는데 손은 아직 달달 떨고 있어서 그 부조화에 웃음이 실실 세어나오는 걸 손바닥으로 막았다. 지수가 다 벗어내고 다시 치마를 내리고 숨 한번 고른 뒤 다음에는 뭘하냐는 표정으로 나에게 동의를 구하 듯 돌아 봤다. 벌떡 일어나 다가가니 몸을 돌리면서 두팔은 더욱 꼭 제몸을 감추려는 듯 감쌌다. 두 어깨를 힘을 꽤 주어 내리 누르니까 저절로 무릎을 꿇는다. 그러면서 찢어진 부분의 치맛단이 조금더 튿어지고 두 손으로 더 벌어지려는 걸 꼭 잡고 있는거다. 미처 일이 끝나고 갈아입지 못한 정장바지의 벨트만 끌른 뒤 지퍼를 내려 좆을 꺼내니 지수의 눈이 갈 곳을 입고 바닥에 툭 떨어졌다. 턱을 잡고 올린뒤 얼굴에 들이미니 웬일로 부정을 하는 것이다. 말 늦게 배운 아기 마냥 고개를 도리도리 하면서. 


"뭐 하라는지 몰라서 그래? 지수야?'

-"아니야, 그거 싫은데..."


눈치를 보면서 말꼬리는 늘리는 지수에 그 벌어진 입 틈새로 엄지를 구겨 넣어 억지로 입을 벌리게 했다. 지수는 내 손가락을 깨물만큼 모질지 못했다. 다른 손으로 지수의 뒷머리를 잡고 반쯤 우겨넣으니 헛구역질 하며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면서 자꾸만 목을 뒤로 빼려하며 힘도 안들어간 주먹으로 내 허벅지를 툭툭 밀어냈다.


"후, 손 묶어버린다. 가만히 있어."


지수는 그 말을 듣고 아예 눈을 꼭 감고 두 손으로 자기 허벅지를 잡고 끝까지 부풀어오른 성기를 거의 울면서 받아냈다. 그 모습이 오히려 요란 떨며 빨아오는 것보다 더 자극적이었다.



마침내 정한의 성기가 빠져나가자 잔뜩 긴장했던 몸이 힘이 풀렸다. 그런 나를 일으킨 정한은 침대로 옮긴뒤 헤드를 붙잡고 엎드리게 하였다. 아직 다리가 저리고 잡혀있던 뒷머리 때문에 어지러웠다. 그 와중에 정한은 내 한 손을 뒤로 가져가 제 입에 넣고 빨기 시작하는 거다. 다리는 계속 저리고 처음 느끼는 옷의 촉감에 반쯤 발기한 상태에 손끝에 자극이 더해지자 발끝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손가락이 질척해질 즈음 정한은 그 손목을 이끌고 내 뒤로 가져갔다. 정한의 행동을 직감한 나는 그 주먹을 꼭 말아쥐었다.


"나 이거는 진짜 싫어, 정한아."

-"그럼 안풀고 하고 싶어?"

"...차라리 네가 해줘."


정한의 짧은 웃음 소리가 들리고 찢어진 치마자락이 옆으로 제껴지는 느낌과 함께 뻑뻑한 손가락 하나가 뒤를 비집고 들어왔다. 건조한 밑은 아무런 준비가 안됐는데 굵은 손가락 하나가 더 배려없이 뒤를 드나 들었다.


"흐으, 정한아. 천천히. 아파, 흑."

-"그래? 그럼 내가 빨아준 손가락으로 풀지 그랬어?"


선심쓰듯 정한이 퉤 하고 침을 엉덩이 골에 뱉었다. 다른 것도 있는데 왜 굳이 침을, 이라고 생각하던 중 조금 더 생긴 여유에 다른 손가락이 하나더 침범했다. 이젠 속이 살짝 울렁거리기 시작하는데 뒤에서 정한은 허리를 한팔로 감아오면서 허벅지에 그 뜨거운 성기가 느껴졌다. 속으로 아직 아플텐데 중얼거리다가 입구를 지분거리는 뜨거운 것이 한순각에 밀고 들어왔다. 밑에서 부터 타고 올라오는 그 아픔과 자극에 고개가 절로 젖히고 악 소리가 났다. 그러거나 말건 정한은 쾅쾅 밀어붙히기 시작했다. 팔에 힘이 풀려 풀썩 내려앉아 배게에 얼굴을 푹 묻었다.


"읏, 아악, 아프다고, 흐으, 읍."

-"아프다는 년이, 후우 목소리는 또 왜 그렇게 야하고 그래."

"뭐라는 흐, 거야."


내려앉은 상체를 다시 끌어올려주기는 커녕 정한은 오히려 더 짓누르며 원피스의 단추를 튿어내든 끌르고 그 사이에 손을 넣어 내 유두를 꼬집었다. 아래 위로 올라오는 자극에 다시 정신이 오락가락 하여 그저 베개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힘에 눌려 옆으로 돌아간 고개와 벌어진 입술에서는 내것이 아닌 것 같은 소리가 자꾸만 빠져 나왔다. 전립선을 눌러오듯 들어오는 성기에 결국 나는 치맛 속에 사정을 했고 그제서야 속도감을 줄인 정한은 천천히 내 몸을 돌려 눈을 마주하게 했다.


-"하아, 좀만 참지, 지수야, 나 같이 가고 싶었는데."

"흐응, 미안해."


그 말을 끝으로 정한은 이마에 입을 꾸욱 맞추면서 내 안에 사정했다. 몇번더 이마와 얼굴 여기저기에 도장 찍듯 입을 맞추던 정한이 땀에 젖어 여기저기 흩어진 머리카락을 아직까지 쌔액쌔액 숨을 내쉬던 나를 대신해 정리 해주었다. 아까전까지 무섭게 힘으로 몰아부치던 정한은 없었다.


-"오늘은 말도 잘 듣고, 지수 괜찮았어."


까닭모를 성취감에 전신이 뿌듯함으로 가득 차올랐다. 기분 좋았다. 아까는 정말 힘들었는데 이거보다 조금 더한 것도 어쩌면 해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홍른불판 무정부 게시판에 썼던 썰을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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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내가 사는 세상의 구할을 차지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내 기억 속에 나를 낳아준 어머니도 사실 갓났을 때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조차 없다. 기억 나는 건 항상 내 곁에는 굳은 표정의 강인한 인상의 아버지가 있었고 아버지는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지만 누구나 아버지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아버지가 눈높이를 낮춰주는 사람은 오직 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주 가끔 내 앞에서 웃어줬다. 나는 그에게 사람을 읽는 법을 배웠다. 저 사람이 웃는게 억지로 웃는건지 고란함을 감추기 위해 웃는 것인지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진심으로 웃어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대령이라 불렀고 내가 머무는 곳은 건장한 남자들 어린 소년도 있었고 나이가 제법 있는 중년들도 있었다. 이 곳은 언제나 칙칙했고 추웠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제복을 입었고, 적어도 밖에 서는, 다른 종류의 옷들도 있었으나 모두 같은 옷을 입었다. 그들은 행동은 항상 직선적이고 망설임이 없었다. 가끔 보게되는 외부인들보다 확실히 딱딱하게 굴었다. 그 들의 받는 훈련을 보면 그 딱 떨어지는 동작에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보는 이 중에 끽 소리 내는 사람들 조차 없다. 그들의 하루는 대부분이 훈련이었고 고된 하루는 내가 읽는 기도를 통해 끝이 났다. 아버지 주위 사람들은 내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당연히 아버지가 나를 군인으로 훈련시킬 줄 알았다. 그러기에 아버지는 연약한 아들을 너무 사랑했다. 결국 어느 날 이 곳에 머물던 모든 수녀들은 집으로 보내졌고 그 자리는 자연스럽게 나에게 넘겨졌다.


슬프게도 나는 신을 믿지 못했다. 만약 나에게 전지전능한 존재가 있다면 그건 아버지 였다. 그가 내가 사는 세상을 만들고 나를 그 곳에 이끌었다. 그런데 그가 죽었다. 주아버지의 가르침에 의하면 신은 죽지 않아야 한다. 나에게 울 수 있는 힘이라도 있었다면. 나는 눈발이 휘날리는 밖에서 아버지가 처음 쥐어주신 묵주를 잡고 그가 실린 관을 이끌었다. 평소와 다름 없는 이 침묵이 오늘 따라 잔인했다.


한번 떠난적 있는 수녀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내가 하던 크고 작은 일들을 대부분 맡았다. 새로 임명된 아버지의 최측근이었던 대령은 아버지처럼 나를 훈련 받는 이들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데려가줬다. 대신 나는 그의 뒤에서 그림자처럼 서있기만 했다. 그 누구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고 아버지는 이럴 때 무얼할지 가르쳐 준 적이 없다. 나는 이제 완벽히 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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